20대 후반에 처음 안경 쓴 사람의 이야기

 약 30여 년간 시력이 좋은 줄 알았다.


1. 처음 받아본 안압 검사



 처음 안압 검사를 받고 며칠이 지난 뒤 결과가 모호하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결과지를 받았다. 일단은 평생 시력검사에서 1.5 ~ 2.0을 놓쳐본 적 없었던 내가 안과 진료를 받게 되어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풍선을 보고, 눈에 바람을 쏘고 벌처 안경을 쓰고 난 뒤 약한 난시와 근시가 있다는 검안 표를 받았다. 

2. 그동안 정말 불편함이 없었나?

 
 처음 착용해본 교정 렌즈는 그동안 흐린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려줬다. 검안사와 안과의사에게 나는 그동안 시력검사에서 1.2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라고 질문하니 눈에 힘을 주고 찡그리면서 억지로 본 결과라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항상 찡그리면서 검사지의 어렴풋한 실루엣을 숫자로 추정에 말했다. 또 왼쪽 눈을 감으면 세상이 매우 흐려 보였는데 모든 사람이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른쪽 눈에 약한 난시가 있었다.

 안과의사가 그동안 야간 운전이나, 영화관 등 어두운 환경에서 불편함이 있었을 거라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매번 야간 운전에서 앞차의 붉은색 불빛이 눈을 피로하게 했고 오래 운전할수록 빛이 갈라지고 눈이 피로해졌다. 그동안은 그냥 운전하면 피곤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읽히긴 했지만 뭉개져서 불편했다. 더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눈이 흐려지는 현상을 자주 느꼈다. 무엇보다 한쪽 눈을 감은 상태에서 사물이 흐려 보였는데 군 생활을 하며 사격을 할 때 이상함을 느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나는 선천적으로 난시가 있었다.

 의사가 안경을 써볼 것을 권유했다. 근데 안경을 쓰면 점점 더 눈이 나빠져서 더 강한 도수를 착용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 점이 걱정된다 물어보니 성인이 된 후에는 노안과는 별개로 봐야겠지만 눈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쓰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안전을 위해서 쓰는걸 권유한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안경을 맞추게 됐다.

3. 안경을 쓰고 나서.


 장점부터 말하면 안경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운전 중에 오는 피로감과 짜증이 확연히 줄었다. 눈이 시린 현상도 확 줄었고, 앞차의 붉은 불빛도 크게 짜증 나지 않는다. 영화의 자막도 잘 보인다. 말 그대로 세상이 선명해졌다. 어두운 상황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할 때, 책을 읽을 때, 공부할 때 모두 눈에 피로가 거짓말처럼 줄었다. 약한 난시 교정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을 보고 안경을 쓴 사람에게 안경이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지 깨닫게 되었다.


 단점은 불편함이다. 아무래도 뛰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활동적인 행동을 할 때 안경이 떨어질까 봐 걱정되고, 안경이 흔들려서 불편하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아 다행히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항상 써야 할 시력이면 매우 힘들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마스크를 내내 써야 한다면 안경이 너무너무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상이 바뀌는 점이다. 얼굴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안경을 쓰냐 마냐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확 바뀐다. 나는 어울리는 안경, 만들고 싶은 이미지, 쓰고 싶은 안경 세 가지의 기준을 세우고 고민하다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쓰고 싶은 안경을 1, 2순위로 삼아 안경테를 골랐다. 나처럼 안경을 썼다 말았다 하는 사람에게는 원하는 인상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 생각하지만, 항상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큰 고민으로 다가올 것 같다.

4. 안경을 써야 한다면 써야 한다.



 약 6개월간 안경을 착용하면서 내린 결론은 "안경을 써야 한다면 써야 한다." 이다.
더 선명하게 보고, 덜 피로해졌기 때문에 쓰는 게 낫다고 내린 결론이다. 세상을 디포커싱으로 보다가 이제 포커싱이 되니 권유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나는 6개월 모든 생활에서 안경을 쓰지는 않았다. 특정 상황에서만 골라 쓸 수 있는, 오랫동안 안경을 쓴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 편이다. 그래도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하기에는 각막이 아까운 애매한 시력을 가진 나 정도의 사람은 안경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냥 갑자기 이젠 좀 익숙해진 안경을 쓰고 책을 읽다 든 생각을 써 봤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운전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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